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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 던(at dawn)

앳 던(at dawn)

“만약에 제가 당신을 힘들게 한다면, 저를 죽여도 괜찮아요.” 센티넬이 해악 취급을 받으며 이용만 당하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센티넬로서 통제 속에 무기력하게 살던 세인. 희망과 가장 멀리에 있던 그의 곁에 당신의 가이드라 말하는 남자, 루드 리아인이 나타난다. 그는 세인을 인간으로 대하며 세인이 겪어본 적 없는 다정함을 주고, 세인은 그런 루드가 낯설고 어색하기만 한데……. *** 명백한 실수인 건 서로 잘 안다. 그냥 저들은 이걸 빌미로 세인에게 하는 실험을 늘리거나, 한동안 몰아서 괴롭히고 싶을 뿐이다. 그러면 성이 풀릴 때까지 하게 두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고통에는 익숙하고 거절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처음부터 순순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한 거야. 이거나 보고 말하게!” 벌떡 일어난 늙은이가 세인 쪽으로 신문을 던졌다. 딱히 당당하게 군 적도 없는데.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서 듣기라도 하라는 건가? 세인은 고개만 슥 옆으로 기울여서 날아오는 신문을 피했다. 당연히 신문은 바닥에 떨어졌고 동시에 문이 열렸다. 다 늦게 누가 들어와. 아, 실험을 할 테니까 연구부 부장이나 차장인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느 쪽도 아니었다. 조용히 들어온 누군가는 일정한 발소리를 내며 다가와, 세인의 옆에 떨어진 신문을 천천히 주워 들었다. “소리가 커지는 것 같아서 들어왔습니다.” 세인은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앉아서 보니 새삼 그의 체격은 더 크게 보였고, 군인답게 곧은 자세를 한 채 손에는 신문을 들고 있었다. “필요합니까?” 그가 그렇게 물으며 손에 든 신문을 보여 주었다. 세인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으로 그걸 잠시 보고 있다가, 뜬금없게도 인상을 찌푸렸다. “네가 내 시종이야?” 굳이 들어와서 몸을 굽혀 신문을 주워 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실려 있는 내용이야 뻔한데. 저들이 이렇게 던질 정도이니 세인을 비난하는 기사일 것이다. 애초에 좋은 기사는 나지 않는다. 루드의 등장으로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간부들은 더 이상 말을 얹지 않았고, 회의도 그대로 끝났다. 사실 이 자리는 세인에게 앞으로 너한테 무슨 짓을 할 거라고 통보하는 자리였지, 정말 회의를 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세인은 루드를 남겨 두고 또 혼자서 복도로 나왔다. 처음 그와 대면했을 때처럼. 그리고 루드도 또다시 따라 나왔다. “세인……. 세인.” 나지막하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세인은 멈춰 섰다. 간부들이 아직 떠나지 않고 복도에 남아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세인은 흘끗 루드를 돌아보았다. “……오지 마.” 루드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그쯤에서 떨어져 줬으면 했지만 그는 계속해서 따라왔다. 세인의 방이 있는 층으로만 가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루드가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는 다른 방향에 있다. 이 복도로 들어오는 건 평소에는 세인 혼자뿐이었다. 루드가 이곳으로 오는 걸 간부들도 보았다. 아까 언덕에서 군인들이 루드를 바라보던 시선이 떠올랐다. 오늘은 가이딩을 하기 위해 따라온 것이라고 하고, 평소에는? 세인은 엘리베이터를 등지고 돌아서서 그를 마주 보았다. 루드의 표정은 무뚝뚝하지만 온화했다. 그는 세상에 두려워하는 게 없을 것 같다.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두려워해야 한다. 평범한 군인으로 살다가 이 탑 위로 올라온 이상. “되도록 말 걸지 마. 보는 눈이 많으니까.” 루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계속 이상했습니다. 왜 모두 당신에게 제가 가까이 가면 안 된다는 듯이 말하는 건지. 전 당신의 가이드인데요.” “그래서야.” “네?” “네가 내 가이드라서.” 모든 센티넬은 가이드를 원한다. 가이드가 센티넬에게 주는 것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하지만 세인은 지금까지 자신에게 맞는 제대로 된 가이드를 만난 적이 없고, 가이딩도 반강제로 받는 것에 가까웠다. 가이드라는 존재가 세인에게는 고통이었고 세인을 둘러싼 모든 사람은 세인의 고통을 반긴다. 그런데 세인이 적합한 가이드를 얻어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고, 심지어 그 가이드가 세인에게 친절하기까지 하다면 그걸 누가 좋아할까. “그건…….” 루드는 세인의 몇 마디 말을 머릿속으로 되새긴 뒤, 지금까지 있었던 일과 조합하여 답을 알아낸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이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세인은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섰다. 루드가 급하게 말을 이었다. “당신 같은 센티넬에게…… 가이드가 생겼다는 건, 좋은 일이지 않습니까? 축제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루드.”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기 전, 세인이 가만히 그를 돌아보았다. “이 나라의 누구도 내가 편해지기를 바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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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GL완결 19 10+

앳 던(at dawn) 2RE /

“만약에 제가 당신을 힘들게 한다면, 저를 죽여도 괜찮아요.” 센티넬이 해악 취급을 받으며 이용만 당하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센티넬로서 통제 속에 무기력하게 살던 세인. 희망과 가장 멀리에 있던 그의 곁에 당신의 가이드라 말하는 남자, 루드 리아인이 나타난다. 그는 세인을 인간으로 대하며 세인이 겪어본 적 없는 다정함을 주고, 세인은 그런 루드가 낯설고 어색하기만 한데……. *** 명백한 실수인 건 서로 잘 안다. 그냥 저들은 이걸 빌미로 세인에게 하는 실험을 늘리거나, 한동안 몰아서 괴롭히고 싶을 뿐이다. 그러면 성이 풀릴 때까지 하게 두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고통에는 익숙하고 거절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처음부터 순순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한 거야. 이거나 보고 말하게!” 벌떡 일어난 늙은이가 세인 쪽으로 신문을 던졌다. 딱히 당당하게 군 적도 없는데.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서 듣기라도 하라는 건가? 세인은 고개만 슥 옆으로 기울여서 날아오는 신문을 피했다. 당연히 신문은 바닥에 떨어졌고 동시에 문이 열렸다. 다 늦게 누가 들어와. 아, 실험을 할 테니까 연구부 부장이나 차장인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느 쪽도 아니었다. 조용히 들어온 누군가는 일정한 발소리를 내며 다가와, 세인의 옆에 떨어진 신문을 천천히 주워 들었다. “소리가 커지는 것 같아서 들어왔습니다.” 세인은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앉아서 보니 새삼 그의 체격은 더 크게 보였고, 군인답게 곧은 자세를 한 채 손에는 신문을 들고 있었다. “필요합니까?” 그가 그렇게 물으며 손에 든 신문을 보여 주었다. 세인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으로 그걸 잠시 보고 있다가, 뜬금없게도 인상을 찌푸렸다. “네가 내 시종이야?” 굳이 들어와서 몸을 굽혀 신문을 주워 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실려 있는 내용이야 뻔한데. 저들이 이렇게 던질 정도이니 세인을 비난하는 기사일 것이다. 애초에 좋은 기사는 나지 않는다. 루드의 등장으로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간부들은 더 이상 말을 얹지 않았고, 회의도 그대로 끝났다. 사실 이 자리는 세인에게 앞으로 너한테 무슨 짓을 할 거라고 통보하는 자리였지, 정말 회의를 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세인은 루드를 남겨 두고 또 혼자서 복도로 나왔다. 처음 그와 대면했을 때처럼. 그리고 루드도 또다시 따라 나왔다. “세인……. 세인.” 나지막하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세인은 멈춰 섰다. 간부들이 아직 떠나지 않고 복도에 남아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세인은 흘끗 루드를 돌아보았다. “……오지 마.” 루드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그쯤에서 떨어져 줬으면 했지만 그는 계속해서 따라왔다. 세인의 방이 있는 층으로만 가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루드가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는 다른 방향에 있다. 이 복도로 들어오는 건 평소에는 세인 혼자뿐이었다. 루드가 이곳으로 오는 걸 간부들도 보았다. 아까 언덕에서 군인들이 루드를 바라보던 시선이 떠올랐다. 오늘은 가이딩을 하기 위해 따라온 것이라고 하고, 평소에는? 세인은 엘리베이터를 등지고 돌아서서 그를 마주 보았다. 루드의 표정은 무뚝뚝하지만 온화했다. 그는 세상에 두려워하는 게 없을 것 같다.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두려워해야 한다. 평범한 군인으로 살다가 이 탑 위로 올라온 이상. “되도록 말 걸지 마. 보는 눈이 많으니까.” 루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계속 이상했습니다. 왜 모두 당신에게 제가 가까이 가면 안 된다는 듯이 말하는 건지. 전 당신의 가이드인데요.” “그래서야.” “네?” “네가 내 가이드라서.” 모든 센티넬은 가이드를 원한다. 가이드가 센티넬에게 주는 것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하지만 세인은 지금까지 자신에게 맞는 제대로 된 가이드를 만난 적이 없고, 가이딩도 반강제로 받는 것에 가까웠다. 가이드라는 존재가 세인에게는 고통이었고 세인을 둘러싼 모든 사람은 세인의 고통을 반긴다. 그런데 세인이 적합한 가이드를 얻어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고, 심지어 그 가이드가 세인에게 친절하기까지 하다면 그걸 누가 좋아할까. “그건…….” 루드는 세인의 몇 마디 말을 머릿속으로 되새긴 뒤, 지금까지 있었던 일과 조합하여 답을 알아낸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이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세인은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섰다. 루드가 급하게 말을 이었다. “당신 같은 센티넬에게…… 가이드가 생겼다는 건, 좋은 일이지 않습니까? 축제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루드.”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기 전, 세인이 가만히 그를 돌아보았다. “이 나라의 누구도 내가 편해지기를 바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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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도서번호(ISBN) 979-11-65248-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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