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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녀다방

숙녀다방

한 시골 마을에 있는 다방. 비록 작은 다방이지만 마을 사람들에게사랑을 받는다. 어느 날, 마을에 한 남자가 찾아오고… 남자는 다방에서여러 여자들과 육체적 관계를 갖는데… [미리보기] 철쭉꽃을 보기 위해 해발 1,000m까지 올라가기 전, 돛대바위 앞에서 땀 한 방울 흘리고 나면 이제 그곳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곳 아줌마들은 손자들에게 용돈 좀 줘보겠다고 새벽부터 쑥과 도토리를 준비해서 관광객들에게 판매한다고 하는데 그런 분위기와 거리가 멀어 보였던 곳이다. 반은 안데르센 동화에서 나올 법한 앤티크한 디자인이고 반은 기와집을 현대식으로 개조했다. 출입구에 들어서자 부드럽게 자동문이 열렸고 재즈풍의 음악이 귀를 천천히 간질이는데 스타 셰프인 배석훈은 왠지 모르게 몸이 사르른 녹는 것 같았다. “형, 저거 봐요. 숙녀하고 다방이 매치가 돼요? 인테리어도 상당히 독특한데요.” <숙녀 다방>이라는 간판 때문에 매니저 윤서우가 그렇게 건들거릴 만도 했다. 배석훈 역시 피식 웃으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라도 털어 버리고 싶었던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서 오세요.” 배석훈이 놀랐던 것은 환영해 준 그녀가 굉장한 미인이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바로 뒤에 나타난 한 여인 때문이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이곳 사장님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뽐냈다. 배석훈은 진한 화장 없이도 얼마나 섹시한지를 보여주는 그녀 앞에서 정신과 육체가 고스란히 분리되는 것 같았다. 윤서우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평소와는 다른 행동과 어투로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메뉴가 단출하네요. 카푸치노는 없나요?” “이곳은 오리진과 에스프레소, 밀크커피만 판매해요.” 먼저 환영해 준 그녀가 대답했다. “오리진은 뭐죠?” “마셔 보시면 아실 거예요. 정말 맛있어요.” “기대가 되는데요. 전 오리진으로 할게요.” 배석훈이 오리진으로 정하자 윤서우는 밀크커피를 선택했다. 그녀가 카운터로 돌아가자 윤서우가 잽싸게 입을 열었다. “와, 엄청 예뻐요. 이런 시골 마을에 저런 미인이 있네요.” 배석훈은 스타 셰프답게 정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마음은 모처럼 뜨거웠다. 하와이와 도쿄, 베트남을 거쳐 지방까지 내려오는 바람에 육체도 피곤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이성의 손길이 그리웠다. 서미수와의 마지막 통화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자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서미수가 적기에 알맞은 단어를 선택할 때마다 그 분홍빛 입술에 같이 젖어 들어가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던 그때가 그리웠다. 침대에서 결박당할 때 터져 나오는 정체 모를 신음조차 그립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쉽게 연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리진이 앞에 도착하자 익숙한 향기가 흘렀다. 스타 셰프라서가 아니라 최근에도 맡았던 향기였다. “이거 연유를 넣었나요? 밀크커피는 따로 있고?” “잘 아시네요.” 그 여인이다. 걷는 모습부터 어투까지 모두 우아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목 라인이 반듯했고 허리는 끈으로 포인트를 줬는지 잘록해서 아름다웠다. 5부기장의 소매 라인이 더욱 고급이었고 소매가 살짝 풍선처럼 디자인되어 있어 마무리 핏도 예뻤다. 밋밋하지 않게 포인트만 조금씩 준 블랙 원피스에 배석훈은 모든 시선을 빼앗겼다. “호안끼엠 호수에 다녀오셨나요?” 여인이 배석훈 앞까지 다가와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 어떻게 아세요?” 윤서우가 깜짝 놀라 물었다. “베트남 커피 식으로 만들었군요. 쉽지 않을 텐데.” “하노이에서 정말 맛있게 마셔서 연구해 봤어요. 괜찮나요?” 배석훈은 즐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의 미소는 매력적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희로애락이 여인의 얼굴에 묻어났고 배석훈을 몹시 도발했다. “밀크커피도 맛있어요, 형. 인스턴트커피보다 몇 배는 농축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거부감은 없고 달콤하죠?” 윤서우도 모처럼 가슴이 뛰는지 격하게 대답하고는 환영해줬던 그녀를 찾았다. 입은 가만히 있었지만 눈은 급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글래머러스한 검정색 슬리브리스에 언밸런스한 기장감이 돋보이는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배석훈의 눈에 띈 것은 그녀의 호피 무늬 하이힐이었다. 호피는 섹시하고 와일드한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얼핏 서미수가 한 말이 생각났다. “내가 호피 무늬 드레스를 입고 자기를 결박하면 더 흥분될까?” 배석훈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 바 있다. “브라질 커피를 연구하고 싶었지만 먼저 베트남으로 했어요.” “상파울루에 가보셨나요?” “그럼요. 크레마 층을 단단하게 해서 더 강한 향을 느낄 수 있게 연구하고 싶어요.” 여인은 몇 마디 대답하더니 배석훈을 묘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낯이 익은데........ 성함이?” “모르세요? 배석훈이요! 배석훈! 의 배석훈이에요!” 윤서우가 열렬한 매니저답게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 정말이네.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더라고요.” 글래머러스한 그녀가 다가왔다. 많은 이야기가 오갈 것 같은 분위기는 그 여인의 한 마디에 금방 멈춰 섰다. “종영됐더군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신경질적으로 답했겠지만 배석훈은 부드럽게 웃었다. “네. 그렇게 됐네요.” “곧 다른 방송 하실 거예요.” 굳어버린 표정의 윤서우가 말했다. “그래요? 이번에는 이쪽으로 와서 맛 집 정해 주시면 안 돼요?”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윤서우 표정도 금세 밝아졌다. “안 될 것 없죠. 안 그래요, 형?” “그래. 여기 오다 보니까 떡이 맛있던데.........” 배석훈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보리떡이랑 보리쌀을 갈아서 발효시켜 만든 거예요.” 여인이 말했다. 눈빛과 미소는 더 묘해졌다. “그렇군요. 아줌마들 실력이 좋더라고요. 가게 하나 차려도 되시겠던데.” “배석훈 씨가 코치해주면 관광객들이 더 늘 거예요. 방송의 힘이 워낙 막강하니까.” 그녀가 그렇게 말하고는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탄탄해 보이는 엉덩이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빼앗겼다. “여기는 시작하신 지 얼마나 됐나요? <숙녀 다방>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어서 왔습니다만.” “이제 5년 다 됐어요. 관광객들도 오시지만 이곳 사람들도 가끔 와요.” “사장님이시죠? 아까 그분은 직원이시고요?” “네, 맞아요. 그리고........” 그때 한 여성이 들어왔다. 페미닌하고 깅엄체크 패턴으로 시원한 모습을 보여주는 롱스커트에 하얀색 오프숄더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선글라스를 벗은 그녀는 옅은 분홍빛 립스틱을 빛내며 시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배석훈은 이런 시골 마을에서 세 명의 미인을 연속으로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인사하세요. 여기는 제 친구........ 이름을 밝혀도 될까?” “안될 것 없지. 그런데 이분은 누구신지?” “배석훈 씨야. 맛 집 탐방하시는 그 유명한 셰프.” 눈을 휘둥그레 뜨며 격하게 반길 것만 같았던 것과는 달리 그녀는 다소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아, 그러시군요. 홍여경이라고 합니다.” 배석훈은 명함을 건네받고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셀럽뉴스> 홍여경 대표. 그녀는 기자였다. “그리고 보니 성함도 몰랐네요. 사장님 성함이?” “아, 저는 유지미라고 해요. <숙녀 다방> 사장이고 아까 그 직원은 <안의란>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곳 맛 집을 찾아 주시는 건가요?” “맛 집이라니?” “아까 의란이가 이곳 맛 집도 찾아달라고 말했거든.” “알 것 같네. 배석훈 씨는 여기 쉬러 온 것 아닌가요?” 기자답게 눈치도 빠르군. 배석훈은 피식 웃으며 그렇다고 답했다. “농담이에요. 강요할 생각 없어요. 어차피 이곳은 봄이 되면 철쭉꽃을 보려고 관광객들이 많이 오고 여름이 되면 휴양림 때문에 많이 찾죠. 가을과 겨울이 되면 캠핑도 하러 많이 와요.” 유지미.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배석훈은 조금씩 빠져들어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두 여인은 그렇게 자리를 떠났고 윤서우가 화장실을 간다며 마저 자리를 비웠다. 혼자 남은 배석훈은 핸드폰을 들었다. 서미수와의 통화 기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로 밀려 있다는 점이 낯설었다. <배석훈의 맛 집 탐방>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랑할 것만 같았는데......... “형, 형.” 통화를 할까 망설이던 중에 윤서우가 호들갑을 떨며 들어왔다. “왜 그래?” “형, 믿기지 않을 거예요. 아마 내 말 들어도 믿지 않을 거야.” “무슨 소리야?” 윤서우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윤서우 말이 맞았다. 도저히 이 녀석이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윤서우가 전해준 말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홍여경이 유지미에게 배석훈과 윤서우 둘을 가리키며 저 둘은 어떠냐고 물었고 두 여인은 기풍 있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홍여경이 한 말은 “뭐, 어때. 외모도 괜찮고 몸매도 섹시할 것 같은데.” 윤서우는 미친놈처럼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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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완결 19 10+

숙녀다방 진유수 /

한 시골 마을에 있는 다방. 비록 작은 다방이지만 마을 사람들에게사랑을 받는다. 어느 날, 마을에 한 남자가 찾아오고… 남자는 다방에서여러 여자들과 육체적 관계를 갖는데… [미리보기] 철쭉꽃을 보기 위해 해발 1,000m까지 올라가기 전, 돛대바위 앞에서 땀 한 방울 흘리고 나면 이제 그곳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곳 아줌마들은 손자들에게 용돈 좀 줘보겠다고 새벽부터 쑥과 도토리를 준비해서 관광객들에게 판매한다고 하는데 그런 분위기와 거리가 멀어 보였던 곳이다. 반은 안데르센 동화에서 나올 법한 앤티크한 디자인이고 반은 기와집을 현대식으로 개조했다. 출입구에 들어서자 부드럽게 자동문이 열렸고 재즈풍의 음악이 귀를 천천히 간질이는데 스타 셰프인 배석훈은 왠지 모르게 몸이 사르른 녹는 것 같았다. “형, 저거 봐요. 숙녀하고 다방이 매치가 돼요? 인테리어도 상당히 독특한데요.” <숙녀 다방>이라는 간판 때문에 매니저 윤서우가 그렇게 건들거릴 만도 했다. 배석훈 역시 피식 웃으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라도 털어 버리고 싶었던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서 오세요.” 배석훈이 놀랐던 것은 환영해 준 그녀가 굉장한 미인이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바로 뒤에 나타난 한 여인 때문이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이곳 사장님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뽐냈다. 배석훈은 진한 화장 없이도 얼마나 섹시한지를 보여주는 그녀 앞에서 정신과 육체가 고스란히 분리되는 것 같았다. 윤서우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평소와는 다른 행동과 어투로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메뉴가 단출하네요. 카푸치노는 없나요?” “이곳은 오리진과 에스프레소, 밀크커피만 판매해요.” 먼저 환영해 준 그녀가 대답했다. “오리진은 뭐죠?” “마셔 보시면 아실 거예요. 정말 맛있어요.” “기대가 되는데요. 전 오리진으로 할게요.” 배석훈이 오리진으로 정하자 윤서우는 밀크커피를 선택했다. 그녀가 카운터로 돌아가자 윤서우가 잽싸게 입을 열었다. “와, 엄청 예뻐요. 이런 시골 마을에 저런 미인이 있네요.” 배석훈은 스타 셰프답게 정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마음은 모처럼 뜨거웠다. 하와이와 도쿄, 베트남을 거쳐 지방까지 내려오는 바람에 육체도 피곤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이성의 손길이 그리웠다. 서미수와의 마지막 통화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자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서미수가 적기에 알맞은 단어를 선택할 때마다 그 분홍빛 입술에 같이 젖어 들어가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던 그때가 그리웠다. 침대에서 결박당할 때 터져 나오는 정체 모를 신음조차 그립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쉽게 연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리진이 앞에 도착하자 익숙한 향기가 흘렀다. 스타 셰프라서가 아니라 최근에도 맡았던 향기였다. “이거 연유를 넣었나요? 밀크커피는 따로 있고?” “잘 아시네요.” 그 여인이다. 걷는 모습부터 어투까지 모두 우아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목 라인이 반듯했고 허리는 끈으로 포인트를 줬는지 잘록해서 아름다웠다. 5부기장의 소매 라인이 더욱 고급이었고 소매가 살짝 풍선처럼 디자인되어 있어 마무리 핏도 예뻤다. 밋밋하지 않게 포인트만 조금씩 준 블랙 원피스에 배석훈은 모든 시선을 빼앗겼다. “호안끼엠 호수에 다녀오셨나요?” 여인이 배석훈 앞까지 다가와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 어떻게 아세요?” 윤서우가 깜짝 놀라 물었다. “베트남 커피 식으로 만들었군요. 쉽지 않을 텐데.” “하노이에서 정말 맛있게 마셔서 연구해 봤어요. 괜찮나요?” 배석훈은 즐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의 미소는 매력적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희로애락이 여인의 얼굴에 묻어났고 배석훈을 몹시 도발했다. “밀크커피도 맛있어요, 형. 인스턴트커피보다 몇 배는 농축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거부감은 없고 달콤하죠?” 윤서우도 모처럼 가슴이 뛰는지 격하게 대답하고는 환영해줬던 그녀를 찾았다. 입은 가만히 있었지만 눈은 급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글래머러스한 검정색 슬리브리스에 언밸런스한 기장감이 돋보이는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배석훈의 눈에 띈 것은 그녀의 호피 무늬 하이힐이었다. 호피는 섹시하고 와일드한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얼핏 서미수가 한 말이 생각났다. “내가 호피 무늬 드레스를 입고 자기를 결박하면 더 흥분될까?” 배석훈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 바 있다. “브라질 커피를 연구하고 싶었지만 먼저 베트남으로 했어요.” “상파울루에 가보셨나요?” “그럼요. 크레마 층을 단단하게 해서 더 강한 향을 느낄 수 있게 연구하고 싶어요.” 여인은 몇 마디 대답하더니 배석훈을 묘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낯이 익은데........ 성함이?” “모르세요? 배석훈이요! 배석훈! 의 배석훈이에요!” 윤서우가 열렬한 매니저답게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 정말이네.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더라고요.” 글래머러스한 그녀가 다가왔다. 많은 이야기가 오갈 것 같은 분위기는 그 여인의 한 마디에 금방 멈춰 섰다. “종영됐더군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신경질적으로 답했겠지만 배석훈은 부드럽게 웃었다. “네. 그렇게 됐네요.” “곧 다른 방송 하실 거예요.” 굳어버린 표정의 윤서우가 말했다. “그래요? 이번에는 이쪽으로 와서 맛 집 정해 주시면 안 돼요?”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윤서우 표정도 금세 밝아졌다. “안 될 것 없죠. 안 그래요, 형?” “그래. 여기 오다 보니까 떡이 맛있던데.........” 배석훈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보리떡이랑 보리쌀을 갈아서 발효시켜 만든 거예요.” 여인이 말했다. 눈빛과 미소는 더 묘해졌다. “그렇군요. 아줌마들 실력이 좋더라고요. 가게 하나 차려도 되시겠던데.” “배석훈 씨가 코치해주면 관광객들이 더 늘 거예요. 방송의 힘이 워낙 막강하니까.” 그녀가 그렇게 말하고는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탄탄해 보이는 엉덩이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빼앗겼다. “여기는 시작하신 지 얼마나 됐나요? <숙녀 다방>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어서 왔습니다만.” “이제 5년 다 됐어요. 관광객들도 오시지만 이곳 사람들도 가끔 와요.” “사장님이시죠? 아까 그분은 직원이시고요?” “네, 맞아요. 그리고........” 그때 한 여성이 들어왔다. 페미닌하고 깅엄체크 패턴으로 시원한 모습을 보여주는 롱스커트에 하얀색 오프숄더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선글라스를 벗은 그녀는 옅은 분홍빛 립스틱을 빛내며 시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배석훈은 이런 시골 마을에서 세 명의 미인을 연속으로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인사하세요. 여기는 제 친구........ 이름을 밝혀도 될까?” “안될 것 없지. 그런데 이분은 누구신지?” “배석훈 씨야. 맛 집 탐방하시는 그 유명한 셰프.” 눈을 휘둥그레 뜨며 격하게 반길 것만 같았던 것과는 달리 그녀는 다소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아, 그러시군요. 홍여경이라고 합니다.” 배석훈은 명함을 건네받고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셀럽뉴스> 홍여경 대표. 그녀는 기자였다. “그리고 보니 성함도 몰랐네요. 사장님 성함이?” “아, 저는 유지미라고 해요. <숙녀 다방> 사장이고 아까 그 직원은 <안의란>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곳 맛 집을 찾아 주시는 건가요?” “맛 집이라니?” “아까 의란이가 이곳 맛 집도 찾아달라고 말했거든.” “알 것 같네. 배석훈 씨는 여기 쉬러 온 것 아닌가요?” 기자답게 눈치도 빠르군. 배석훈은 피식 웃으며 그렇다고 답했다. “농담이에요. 강요할 생각 없어요. 어차피 이곳은 봄이 되면 철쭉꽃을 보려고 관광객들이 많이 오고 여름이 되면 휴양림 때문에 많이 찾죠. 가을과 겨울이 되면 캠핑도 하러 많이 와요.” 유지미.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배석훈은 조금씩 빠져들어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두 여인은 그렇게 자리를 떠났고 윤서우가 화장실을 간다며 마저 자리를 비웠다. 혼자 남은 배석훈은 핸드폰을 들었다. 서미수와의 통화 기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로 밀려 있다는 점이 낯설었다. <배석훈의 맛 집 탐방>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랑할 것만 같았는데......... “형, 형.” 통화를 할까 망설이던 중에 윤서우가 호들갑을 떨며 들어왔다. “왜 그래?” “형, 믿기지 않을 거예요. 아마 내 말 들어도 믿지 않을 거야.” “무슨 소리야?” 윤서우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윤서우 말이 맞았다. 도저히 이 녀석이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윤서우가 전해준 말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홍여경이 유지미에게 배석훈과 윤서우 둘을 가리키며 저 둘은 어떠냐고 물었고 두 여인은 기풍 있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홍여경이 한 말은 “뭐, 어때. 외모도 괜찮고 몸매도 섹시할 것 같은데.” 윤서우는 미친놈처럼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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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도서번호(ISBN) 979-11-6091-7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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