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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중지희 [개정판]

상중지희 [개정판]

※2018년 출간된 <상중지희>와 <낙화유수>의 개정판입니다. <상중지희>와 <낙화유수>는 연작으로 같은 세계관이지만 스토리는 연결되지 않습니다. 상중지희 후궁에 들어와 조용히 살고 있는 연리. 사실 연리가 노리는 것은 3년 동안 황제와 동침하지 못하면 이혼이 가능하다는 법률로, 이제 몇 달만 더 황제의 눈에 띄지 않으면 이혼하고 사가로 돌아가 자유롭게 살 수 있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연리의 궁에 어느 날 황제의 동생이라 주장하는 불한당이 나타나고, 연리의 야심찬 계획은 꼬여 가는데……. *** “어찌 다시 오셨습니까?” 그 옆에선 모리가 천진한 얼굴로 칼을 가는 중이었다. 게걸음으로 슬금슬금 물러나 옆을 보자, 기둥에는 비슷한 단검이 몇 개 더 꽂혀 있었다. “이, 이게 뭐요?” “잠이 안 와서 몸을 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몸을…… 왜 이리 살벌하게 움직이시오?”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검 던지기는 온몸의 근육을 고루 사용하는 좋은 운동인데.” “…….” 선우는 기둥에 먹으로 그린 과녁을 조금 떨면서 들여다보았다. 혹시나 과녁에 자기 초상화라도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였다. 다행히 그렇진 않았지만, 연리가 던진 걸로 보이는 단검은 전부 높은 점수에만 가서 꽂혀 있었다. “왜 하필 문 옆에다 던지고 있소?” “그 기둥의 칠이 미끈해서 먹이 잘 지워집니다.” “재질도 칼자국을 메우기에 좋사옵니다.” 모리가 얼른 옆에서 거들었다. “어찌 다시 오신 것입니까?” 연리의 입에서 같은 질문이 나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선우는 몇 번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차……라도 얻어 마실까 해서 왔소.” “……차요?” 분명 연리는 ‘차요?’하고 물었으나 얼굴은 ‘이게 미쳤나?’라고 말하고 있었다. 모르는 척 시선을 피하자 연리가 모리를 시켜 차를 내오게 했다. 차에 협죽도나 투구꽃이 들어가는 건 아닐까 싶었다. 낙화유수 “처음부터 네 것이었다.” 한쪽 손이 불편한 세공사 화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시장에서 금군들에게 쫓기고 있다.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만 결국 잡혀 버리고, 금군 사이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온다. 화서는 불편한 한 손을 숨기며 그 남자를 올려다본다. 서전서리의 황제이자, 화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 화서는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한 달여 만에 보는 황제가 거기 서있었다. “몸이 안 좋다 들었는데 왜 돌아다니고 있느냐.” “저는, 소소를 찾으러…….” “옷차림은 또 왜 이렇고.” 옷차림? 제 옷을 내려다본 화서는 멍하니 깜빡거렸다. 얇은 침의 차림이다. 어쩐지 몸이 으슬으슬했지만 덧옷을 걸쳐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그 덧옷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외실에 걸려 있을 것이고 또 어쩌면 침실 어딘가에……. 요즘 침상 밖으로 나오는 건 식사할 때와 씻을 때밖에 없어서 그런 듯했다. “이리 와라.” 황제는 부드럽게 화서의 허리를 안고 끌어당겼다. 그대로 황제를 따라 터덜터덜 걸어 침실로 돌아왔다. 얇은 침의 너머로 황제가 바깥에서부터 안고 온 찬 기운이 스몄다. 황제는 외출복도 벗지 않고 화서를 침상에 눕힌 뒤 한참 바라보았다. 화서는 그 눈빛에 담긴 뜻을 읽을 수 없었다. 몽롱하던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건 황제가 화서의 침의 자락을 걷을 때쯤이었다. 아마 가슴팍부터 손을 집어넣었거나, 입맞춤을 먼저 했다면 그대로 끌려갔겠지만 황제의 손이 닿은 건 허벅지였다. 허벅지에는 아직 멍이 그대로 남아 있다. 소소가 어디서 구해 왔는지 좋은 약초를 써서 대부분의 상처는 흉터조차 남지 않았지만 그 멍만은 무언가 할 시간도 없었고, 의관에게 보이지도 않았다. 황제는 의중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엉덩이 아래에서 무릎 조금 위까지 선명하게 남은 멍과 상처를 쓰다듬었다. ‘폐하께서 아시면 본격적으로 화서 님을 이용하기 시작할 거예요.’ 소소의 말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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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중지희 [개정판] 2RE /

※2018년 출간된 <상중지희>와 <낙화유수>의 개정판입니다. <상중지희>와 <낙화유수>는 연작으로 같은 세계관이지만 스토리는 연결되지 않습니다. 상중지희 후궁에 들어와 조용히 살고 있는 연리. 사실 연리가 노리는 것은 3년 동안 황제와 동침하지 못하면 이혼이 가능하다는 법률로, 이제 몇 달만 더 황제의 눈에 띄지 않으면 이혼하고 사가로 돌아가 자유롭게 살 수 있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연리의 궁에 어느 날 황제의 동생이라 주장하는 불한당이 나타나고, 연리의 야심찬 계획은 꼬여 가는데……. *** “어찌 다시 오셨습니까?” 그 옆에선 모리가 천진한 얼굴로 칼을 가는 중이었다. 게걸음으로 슬금슬금 물러나 옆을 보자, 기둥에는 비슷한 단검이 몇 개 더 꽂혀 있었다. “이, 이게 뭐요?” “잠이 안 와서 몸을 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몸을…… 왜 이리 살벌하게 움직이시오?”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검 던지기는 온몸의 근육을 고루 사용하는 좋은 운동인데.” “…….” 선우는 기둥에 먹으로 그린 과녁을 조금 떨면서 들여다보았다. 혹시나 과녁에 자기 초상화라도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였다. 다행히 그렇진 않았지만, 연리가 던진 걸로 보이는 단검은 전부 높은 점수에만 가서 꽂혀 있었다. “왜 하필 문 옆에다 던지고 있소?” “그 기둥의 칠이 미끈해서 먹이 잘 지워집니다.” “재질도 칼자국을 메우기에 좋사옵니다.” 모리가 얼른 옆에서 거들었다. “어찌 다시 오신 것입니까?” 연리의 입에서 같은 질문이 나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선우는 몇 번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차……라도 얻어 마실까 해서 왔소.” “……차요?” 분명 연리는 ‘차요?’하고 물었으나 얼굴은 ‘이게 미쳤나?’라고 말하고 있었다. 모르는 척 시선을 피하자 연리가 모리를 시켜 차를 내오게 했다. 차에 협죽도나 투구꽃이 들어가는 건 아닐까 싶었다. 낙화유수 “처음부터 네 것이었다.” 한쪽 손이 불편한 세공사 화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시장에서 금군들에게 쫓기고 있다.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만 결국 잡혀 버리고, 금군 사이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온다. 화서는 불편한 한 손을 숨기며 그 남자를 올려다본다. 서전서리의 황제이자, 화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 화서는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한 달여 만에 보는 황제가 거기 서있었다. “몸이 안 좋다 들었는데 왜 돌아다니고 있느냐.” “저는, 소소를 찾으러…….” “옷차림은 또 왜 이렇고.” 옷차림? 제 옷을 내려다본 화서는 멍하니 깜빡거렸다. 얇은 침의 차림이다. 어쩐지 몸이 으슬으슬했지만 덧옷을 걸쳐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그 덧옷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외실에 걸려 있을 것이고 또 어쩌면 침실 어딘가에……. 요즘 침상 밖으로 나오는 건 식사할 때와 씻을 때밖에 없어서 그런 듯했다. “이리 와라.” 황제는 부드럽게 화서의 허리를 안고 끌어당겼다. 그대로 황제를 따라 터덜터덜 걸어 침실로 돌아왔다. 얇은 침의 너머로 황제가 바깥에서부터 안고 온 찬 기운이 스몄다. 황제는 외출복도 벗지 않고 화서를 침상에 눕힌 뒤 한참 바라보았다. 화서는 그 눈빛에 담긴 뜻을 읽을 수 없었다. 몽롱하던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건 황제가 화서의 침의 자락을 걷을 때쯤이었다. 아마 가슴팍부터 손을 집어넣었거나, 입맞춤을 먼저 했다면 그대로 끌려갔겠지만 황제의 손이 닿은 건 허벅지였다. 허벅지에는 아직 멍이 그대로 남아 있다. 소소가 어디서 구해 왔는지 좋은 약초를 써서 대부분의 상처는 흉터조차 남지 않았지만 그 멍만은 무언가 할 시간도 없었고, 의관에게 보이지도 않았다. 황제는 의중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엉덩이 아래에서 무릎 조금 위까지 선명하게 남은 멍과 상처를 쓰다듬었다. ‘폐하께서 아시면 본격적으로 화서 님을 이용하기 시작할 거예요.’ 소소의 말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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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도서번호(ISBN) 979-11-380-09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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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중지희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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