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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적 포로
로맨스완결
10+
정령이 사라진 시대. 황폐화되어 가는 영토로 인한 전쟁에서, 렌은 하이페른의 왕자 알페우스의 포로 신세가 되었다. 게일의 전사로서 수치와 굴욕을 견뎌내던 그때 위대한 샤먼이자 돌아가신 할머니 탈리아로부터 계시가 내려온다. ‘매개자를 낳아 부족을 구원해라. 그것이 네 남은 삶의 몫이다.’ 그리고 부족의 철천지원수인 왕자가 매개자를 잉태하기 위해 필요한 사내임을 직감하는데. * 렌은 자유로운 한 손으로 어깨 끈을 풀었다. 가죽 슬립이 툭하고 떨어졌다. “이걸 원한 게 아니었어?” “누가?” “난 바보가 아니야.” 렌이 말했다. 왕자는 어느 때보다 차가운 눈이었다. 렌은 웅크린 어깨를 펴며 한 걸음 내디뎠다. 왕자는 물러나지 않았다. 손을 뻗었다. 매섭게 내치리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는 손길을 받아들였다. “알고 있어.” “무얼?” “나와….” “피를 질질 흘리며 매 시간 붕대를 갈아야 하는 계집과 무얼 하고 싶어 한다고?” 왕자가 냉소했다. 얼음 같은 벽안이 렌의 벗은 가슴을 훑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싸구려처럼 굴지 마.” “나 따먹고 싶잖아.” “입조심하고.” “맞잖아. 나 따먹고 싶은 거.” “입조심하라고 했어.” “하!” 렌은 뒤틀릴 대로 뒤틀린 심보로 그를 노려보았다. 누구는 좋아서 이러는 줄 아나? 렌으로 말하자면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해야 하니까. 이건 임무였다. “날 따먹고 싶어서 별짓을 다 하는 주제에!” 렌은 신랄했다. 잘생긴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턱을 살짝 당기고 입술을 깨물자 긴 손가락이 다가와 입술을 쓰다듬었다. 그는 발기한 상태였다. “나하고 저녁 먹자며?” “저녁을 먹잔 거지, 널 엎어 놓고 박겠다는 소리가 아니거든.” “그거나 이거나. 내가 어린앤 줄 알아? 왜 애새끼 취급을…!” “다르지.” 말허리가 잘렸다. 렌은 아랫도리를 세운 채 그녀의 입술만 쓰다듬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살벌한 시선과 달리 손길은 부드러웠다. 그는 입술을 깨문 이를 툭툭 쳤다. ‘깨물지 마.’ 그가 약하게 속삭였다. “나는 널 애 취급하는 게 아니야.” “그럼?” “여자로 대하는 거지. 계집이 아니라 여자.” 왕자가 입꼬리를 당기며 렌의 턱을 들어 올렸다. “한번 따먹고 버릴 거였으면 진작 엎어 놓고 박았어.” <순정적 포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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