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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각인

아름다운 각인

노래를 불러 주오, 나의 작은 새여. 아침 햇살이 아르르 부서지는 내 침대 맡에서 천상의 빛을 이끄는 목소리로 지옥 같은 어둠으로 점염(點染)되는 날 위해 노래를 불러 주오, 나의 작은 연인이여. 동화 속 예쁜 일러스트를 보는 것 같기도 한, 반짝이는 하늘과 맞닿은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러웠습니다. 저 작고 아름다운 별을 따다 내 곁에 두고 싶었습니다. 갈 곳 없이 방황하는 별이 아니라, 한 곳에 못 박혀 움직이지 않는 붙박이별처럼 제 곁에서 빛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재능을 아꼈지만, 점점 더…… 그녀의 모든 것이 욕심납니다. -기신우 그는 멋진 남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외모에 야수의 눈빛은 그대로였지만, 소년이 아닌 남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소녀가 아닌 여자가 된 것처럼. 나보다 십 년이나 일찍 태어났으면서도 앞서 가지 않고 날 기다려 준 사람……. 거칠게, 때론 부드럽게,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으로 파고드는 남자, 내가 믿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이소요 ‘돌아간 건가!’ 막연하지만, 그런 불안감이 신우를 잠식했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불안감이 떨쳐지지 않았다. 안타까움보다 분노가 먼저 이성을 마비시켰다. 소요에게 상처를 직시하라 일렀지만, 전부를 보여주긴 꺼렸다. 한꺼번에 소요가 모든 상처를 직시하면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갈가리 찢어지고 짓이겨져 피의 파편으로 흩어져 버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그런데, 소요가 보이지 않았다. 만약 김승주에게로 돌아간 거라면, 그런 거라면 이번엔 피 한 방울 남기지 못할 정도로 짓이겨진다고 하더라도, 그녀에게 이 모든 사실을 까발려 주리라 마음먹었다. 다시는 김승주에게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낱낱이, 조금의 배려도 없이 피투성이가 되든 말든! 부스럭. 소파 쪽에서 뭔가가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가죽 소파와 다른 사물의 마찰로 인한 부스럭댐. 그 순간이었다. 점점 더 짙은 푸르름으로 물들어 가던 방 안에 훅, 하고 온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거짓말처럼 부스럭대는 존재가 머문 소파에서부터 미열 같은 온기가 아지랑이처럼 퍼져나가는 듯했다. “하아…….” 믿을 수가 없었다. 가슴 한구석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다른 구석에서는 당황스러움이 마찰을 일으키며 서서히 하나로 융합되어 가는 걸 느꼈다. 그제야 그의 눈에 현관문 앞에 놓인 소요의 작은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이 느낌이 사실일까……. 신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난색을 표했다. 감정에 의존하지 않는 그였다. 가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귀를 기울이지도, 생각을 내어주지도 않던 그였다. 그런데 지금은 가슴 안에서 일어나는 언어들의 소리가 너무 커서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그는 불을 켜지 않은 채 거실로 들어섰다. 천천히 발을 떼었다. 일부러 발소리를 죽이진 않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무거우면서도 고요했다. 애를 쓰지 않아도 소요에게 다가가는 그의 발길은 스며들듯 흘러갔다.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소요의 얼굴이 푸른 달빛에 그늘져 있었다. 신우는 몸을 낮춰 무릎 한쪽을 세운 채 꿇어앉았다. 땅거미의 어스름은 세상을 적막으로 뒤덮어 버렸는데, 유일하게도 소요의 연연한 숨소리는 감추지 못했다. 가늘고 투명하지만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증언들의 숨결. 가녀린 머리카락 몇 올이 소요의 턱 아래로 흘러내려 있었다. 마치 올가미처럼 답답해 보이는 그것을 넘겨주기 위해 손을 뻗은 신우는 멈칫거렸다. 남자의 마음을 담은 자신의 손길이 더 이상 소요를 더럽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자 조심스럽게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그는 선뜻 소요에게 닿을 수 없었다. 지켜만 보는 것으로도 떨리는 소녀의 앳됨과 제 품에 안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여자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그녀에게 섣불리 닿았다간……. 신우는 손을 내렸다. 자신의 기척을 소요에게 전할 수 없어 그는 돌아앉았다. 소파에 등을 붙이고 바닥에 주저앉은 그는 세운 무릎 위로 두 팔을 걸쳐 놓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란 거추장스럽다는 생각만으로 일관하던 그에게 ‘갖고 싶다’의 의미로 변질되자,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폭풍우처럼 심장을 장악하고 몸을 지배했다. 그래, 갖고 싶었다. 소요의 몸도 마음도 전부 갖고 싶었다. 그녀를 다시 보게 된 날, 그는 예감했다. 그것은 직감이었다. 이성도, 판단도 아닌 어느 틈엔가 훅 끼쳐온 예감. 결국 제 운명은 이소요, 저 아이를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각인…….” 신우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머릿속에서 생각이 들기 전, 입에서 먼저 말이 되어 툭 튀어나왔다. 그런 것 같았다. 소요를 처음 만날 날, 그녀의 노랫소리에, 그 목소리에 각인되어 버린 건지도. 그는 피식 웃었다. 오랜만에 마음속이 훈훈해지며 즐겁다는 감각이 피어올랐다. 누군가로 인해, 그것도 다름 아닌 여자로 인해 잔잔한 물안개처럼 즐거운 감각이 피어오를 줄 그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아름다웠다, 누군가를 가슴속에 각인한다는 그 느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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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완결 19 10+

아름다운 각인 은혼비 /

노래를 불러 주오, 나의 작은 새여. 아침 햇살이 아르르 부서지는 내 침대 맡에서 천상의 빛을 이끄는 목소리로 지옥 같은 어둠으로 점염(點染)되는 날 위해 노래를 불러 주오, 나의 작은 연인이여. 동화 속 예쁜 일러스트를 보는 것 같기도 한, 반짝이는 하늘과 맞닿은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러웠습니다. 저 작고 아름다운 별을 따다 내 곁에 두고 싶었습니다. 갈 곳 없이 방황하는 별이 아니라, 한 곳에 못 박혀 움직이지 않는 붙박이별처럼 제 곁에서 빛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재능을 아꼈지만, 점점 더…… 그녀의 모든 것이 욕심납니다. -기신우 그는 멋진 남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외모에 야수의 눈빛은 그대로였지만, 소년이 아닌 남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소녀가 아닌 여자가 된 것처럼. 나보다 십 년이나 일찍 태어났으면서도 앞서 가지 않고 날 기다려 준 사람……. 거칠게, 때론 부드럽게,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으로 파고드는 남자, 내가 믿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이소요 ‘돌아간 건가!’ 막연하지만, 그런 불안감이 신우를 잠식했다.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불안감이 떨쳐지지 않았다. 안타까움보다 분노가 먼저 이성을 마비시켰다. 소요에게 상처를 직시하라 일렀지만, 전부를 보여주긴 꺼렸다. 한꺼번에 소요가 모든 상처를 직시하면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갈가리 찢어지고 짓이겨져 피의 파편으로 흩어져 버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그런데, 소요가 보이지 않았다. 만약 김승주에게로 돌아간 거라면, 그런 거라면 이번엔 피 한 방울 남기지 못할 정도로 짓이겨진다고 하더라도, 그녀에게 이 모든 사실을 까발려 주리라 마음먹었다. 다시는 김승주에게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낱낱이, 조금의 배려도 없이 피투성이가 되든 말든! 부스럭. 소파 쪽에서 뭔가가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가죽 소파와 다른 사물의 마찰로 인한 부스럭댐. 그 순간이었다. 점점 더 짙은 푸르름으로 물들어 가던 방 안에 훅, 하고 온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거짓말처럼 부스럭대는 존재가 머문 소파에서부터 미열 같은 온기가 아지랑이처럼 퍼져나가는 듯했다. “하아…….” 믿을 수가 없었다. 가슴 한구석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다른 구석에서는 당황스러움이 마찰을 일으키며 서서히 하나로 융합되어 가는 걸 느꼈다. 그제야 그의 눈에 현관문 앞에 놓인 소요의 작은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이 느낌이 사실일까……. 신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난색을 표했다. 감정에 의존하지 않는 그였다. 가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귀를 기울이지도, 생각을 내어주지도 않던 그였다. 그런데 지금은 가슴 안에서 일어나는 언어들의 소리가 너무 커서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그는 불을 켜지 않은 채 거실로 들어섰다. 천천히 발을 떼었다. 일부러 발소리를 죽이진 않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무거우면서도 고요했다. 애를 쓰지 않아도 소요에게 다가가는 그의 발길은 스며들듯 흘러갔다.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소요의 얼굴이 푸른 달빛에 그늘져 있었다. 신우는 몸을 낮춰 무릎 한쪽을 세운 채 꿇어앉았다. 땅거미의 어스름은 세상을 적막으로 뒤덮어 버렸는데, 유일하게도 소요의 연연한 숨소리는 감추지 못했다. 가늘고 투명하지만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증언들의 숨결. 가녀린 머리카락 몇 올이 소요의 턱 아래로 흘러내려 있었다. 마치 올가미처럼 답답해 보이는 그것을 넘겨주기 위해 손을 뻗은 신우는 멈칫거렸다. 남자의 마음을 담은 자신의 손길이 더 이상 소요를 더럽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자 조심스럽게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그는 선뜻 소요에게 닿을 수 없었다. 지켜만 보는 것으로도 떨리는 소녀의 앳됨과 제 품에 안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여자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그녀에게 섣불리 닿았다간……. 신우는 손을 내렸다. 자신의 기척을 소요에게 전할 수 없어 그는 돌아앉았다. 소파에 등을 붙이고 바닥에 주저앉은 그는 세운 무릎 위로 두 팔을 걸쳐 놓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란 거추장스럽다는 생각만으로 일관하던 그에게 ‘갖고 싶다’의 의미로 변질되자,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폭풍우처럼 심장을 장악하고 몸을 지배했다. 그래, 갖고 싶었다. 소요의 몸도 마음도 전부 갖고 싶었다. 그녀를 다시 보게 된 날, 그는 예감했다. 그것은 직감이었다. 이성도, 판단도 아닌 어느 틈엔가 훅 끼쳐온 예감. 결국 제 운명은 이소요, 저 아이를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각인…….” 신우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머릿속에서 생각이 들기 전, 입에서 먼저 말이 되어 툭 튀어나왔다. 그런 것 같았다. 소요를 처음 만날 날, 그녀의 노랫소리에, 그 목소리에 각인되어 버린 건지도. 그는 피식 웃었다. 오랜만에 마음속이 훈훈해지며 즐겁다는 감각이 피어올랐다. 누군가로 인해, 그것도 다름 아닌 여자로 인해 잔잔한 물안개처럼 즐거운 감각이 피어오를 줄 그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아름다웠다, 누군가를 가슴속에 각인한다는 그 느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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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도서번호(ISBN) 979-11-876-56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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