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하고 젊은 군주로서의 면모를 자랑하려다 이웃 나라 왕의 사기 결혼에 걸려 팔자에 없는 육아를 하게 된 베르테르 공작. 혼약 파기의 위자료를 내기 싫었던 그는 꼬마 공주에게 되잖은 조건을 내세우며 집에나 가라고 재촉하는데, 이 어린 신부, 만만치 않다. “보상하세요.” “무슨 보상?” 소녀는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고 양 허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혼약 파기에 대한 위자료와 불가침 조약이요.” “위자료를 얼마나?” “그야 제가 혼수로 들고 온 것의 두 배는 주셔야지 않습니까? 혼약 파기는 아무래도 사내보다 여인에게 더 치명적인 법이니까요.” “네가 시집 갈 나이가 될 때쯤엔 이 정도 추문은 벌써 장사 치르고도 먼지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을 거란다.” 베르테르의 머릿속에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이 결혼을 파기하면 위자료를 줘야 하지만, 저 꼬마가 제 발로 돌아가 버리면 그럴 필요 없지 않아? 베르테르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말대로 쉽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