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님의 비밀단원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임무인 신전을 수색하러 잠입한 프리아는 물 위에 떨어진 ‘계시’를 보고 눈을 의심한다. 이거 꿈인가? 아니면, 짓궂은 장난? 이건 말도 안 되잖아. 저기에 왜 내 얼굴이 있어? 새하얀 은발과 푸른 눈동자, 어느 하나 자신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초상화 아래 ‘괴물의 반려자’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프리아는 신전에서 계략이라도 펼친 거라 생각했다. 공작님께서 신전은 늘 거짓말쟁이라 그랬으니까.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때를 기다렸다는 듯, 집 앞에 괴물이 진짜로 나타났다. *** 그의 손이 이내 프리아의 잘록한 허리 위로 올라왔다. 아무런 저항 없이 올라온 손은 하얀 살결 위를 문지르고 간질였다. 그에게서 나는 향기도 좋았다. 아무 향도 느껴지지 않는 세상에서 프리아가 오직 맡을 수 있는 것이라곤 루타르의 체향뿐인 기분이었다. 루타르가 눈을 곱게 접으며 그녀를 마주했다. “괴물이 뭔지 보여줄게.” 동시에 프리아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이거 딱딱해. 그, 그리고 너무 뜨겁고…….” “이제 네 거야. 알겠지?” “내… 거?” “어, 그러니까 이제 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