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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밑
로맨스 완결 10+
죄밑 박희 /* 본 작품은 혐오감이나 거부감을 줄 수 있는 폭력, 감금, 학대 등의 소재가 포함되어 있으니 감상 및 구매 시 유의 부탁드립니다. 이보 헬로리. 거룩한 성인의 이름을 붙여 지은 성에는 미친년이 둘 있다. 하나는 심심하면 주먹으로 후려치기 위해 아이를 입양하는 여자였고 다른 하나는 처맞고도 제 낯을 걱정하는 계집애였다. *** 소녀는 동화처럼 아름다웠다. 물레 바늘에 찔려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잠이 든 공주나 매일 밤 야수에게 청혼받는다는 미녀, 아니면 뭍으로 떠나기 위해 목소리와 다리를 맞바꾼 인어같이. 그런 이야기 속 존재처럼 말이다. 나는 동화를 중간까지밖에 듣지 못한 어린애처럼 침울한 눈으로 그 사랑스러움을 쳐다보았다. 이야기가 온갖 불행과 슬픔이 가득한 지점에서 멈춰 버려 울적해진 아이처럼 말이다. 소녀는 여자에게 얻어맞은 상처를 쥐고 아픔에 발을 동동 구르는 대신 허리를 숙이고 팔을 뻗었다. 오로지 거울을 줍기 위함이었다. 커튼처럼 드리워진 머리칼 사이로 입술이 찢어진 것이 보였다. 녹인 루비 같은 피가 턱을 타고 흐르는데, 소녀는 그것을 손으로 훔쳐 내는 것이 아니라 입술에 칠했다. 피는 여자가 바른 루주보다 짙고 붉었다. 제멋대로 문질러 입술보다 흰 살갗에 번져 든 자국이 더 많아도 그녀는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지독히도 무관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하여 오히려 도취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 내 예쁜 얼굴이.” 새로 온 애는 얼간이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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