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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어 챈스(Take a chance)

˝누구나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첫사랑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서른한 살 은영민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짧았던 인연, 그러나 단 한 번 마음에 각인 되었던 그 사랑이 다시 다가오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커다란 암초가 있었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홍보팀의 팀장으로 온 금강준이 바로 그 존재였다. 은영민은 금강준이 금도훈이라는 심적 증거가 있음에도 그에게 ´당신은 금도훈인가요?´라고 묻지 못한다. 금강준이 그녀를 모르는 척 하기 때문이다.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가긴 하다. 그는 11년 전 고등학생이 대학생을 사랑한다는 죄로 영민에게 심한 구타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금강준은 영민에게 업무적으로 심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싹싹하고 다정했던 예전 성격과 완전히 달라진 것에 당황한 영민은 결국 회식 자리에서 예전 일을 따지고 드는데... -등장인물- 금강준-29세, 현 KM푸드 홍보팀장. 근육질에 차가운 인상. 예쁜 입술과 눈을 가진 남자. 내기를 좋아한다. 은영민-31세, KM푸드 홍보팀 막내. 대학생때부터 아르바이트로 다져진 건강한 육체와 예쁘장한 외모를 가졌지만 약간 소심함. 운동을 좋아한다. 선민욱-34세. KM푸드 CS팀장. 신비스러운 분위기에 지적인 외모. 은영민의 첫사랑. 이성후-31세. KM푸드 홍보팀 대리. 영민과 동기. 훈남에 성격 좋으나 첫사랑 실패후 바람둥이로 전향. <본문 발췌글> 금 팀장은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제출한 초안을 살피고 있었다. 팀장실 공기가 탁한 것도 아닌데 난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손만 맞잡고 서 있었다. 도훈이, 아니 금강준 팀장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앱도 고약한 상사 앱과 함께 깐 모양이다. 금 팀장은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 “설마 이걸로 15페이지를 다 때울 생각은 아니겠지요?” 채우는 것도 아니고 ‘때우다’니, 나를 대충대충 때우고 월급이나 타먹으러 다니는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조금 상했다. 하지만 최대한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그렇진 않습니다. 맛집도 소개하고 가보면 좋은 여행지와 읽을 만한 책과 추천할 만한 영화와 퍼즐과 건강 상식도 실을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10문 10답 같은 건 연예인 인터뷰나 송년회 같은 데서 분위기 띄우기 위해서나 쓰는데 말이죠.” 수진 언니가 이 이야기를 듣고도 금 팀장이 샤프하고 추진력이 있다고 말할까 모르겠다. “요새 회사 분위기가 많이 위축되어 있으니 가볍게 접근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팀장들은 연예인이 아니라 이 회사의 중간 관리자라 가볍게 접근할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 내가 침묵을 지키자 금 팀장은 계속 말을 이었다. “차라리 인터뷰보다는 팀장들에게 직접 투고를 부탁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은영민 씨가 힘들면 내가 부탁하겠습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장 기뻤거나 슬펐던 순간을 집중적으로 써 달라 해도 되고요. 어떤 식으로 팀을 이끌어 갈 건지에 대해서도 좋겠지요.” 이럴 거면 뭐 하러 초안을 내라고 해? 어차피 묵살하고 자기 방식대로 할 거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금 팀장 얼굴을 보아하니 한마디만 토를 달면 눈에서 표창이라도 나올 것 같아 그만두었다. 선민욱 선배와의 인터뷰는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예, 알겠습니다.” “나가 보세요.” 난 팀장실에서 나오며 숨을 크게 내쉬었고 수진 언니는 궁금한 듯 내 얼굴을 살폈다. 금 팀장의 이야기를 전하자 수진 언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 “좀 쉽게 가려고 했는데 안 통하네. 역시 헐렁한 사람은 아니었어. 후훗. 그런데 왜 난 그런 금 팀장이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지.” 수진 언니는 뛰어난 외모와 꿀 바른 목소리 때문에 금 팀장의 열렬한 팬이 된 것이 틀림없다. 금 팀장은 절대 도훈이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해 놓고, 막상 도훈이가 나를 생판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하는데다 은근히 무시까지 하니 당황스럽고 서운하기까지 하다. “그나저나 학교 선배를 만나고 싶어 했는데 아쉽네, 은 대리.” 수진 언니의 말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아니에요.” “전화로 투고를 부탁하는 것보다 직접 찾아가 눈 맞추면서 하는 게 효과가 확실하니까 직접 찾아가 봐.” 그걸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너무 창피한 일이라 선뜻 실행에 옮기지는 못할 것 같았다. 내가 생각에 잠겨 있자 옆에 있던 성후가 한마디 거들었다. “쪽팔리면 내가 같이 가줄까?” 도와주려는 의도에서 한 말이겠지만 같이 가는 게 더 쪽팔릴 것 같다. 혼자 오기 쪽팔려서 이 사람하고 같이 왔다고 단번에 알아챌 텐데. 성후는 요새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별이 안 간다. “아냐, 괜찮아. 나를 기억 못 할 수도 있는데, 뭘.” 아무리 창피해도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않은가. 역시 사회생활은 얼굴뿐만 아니라 심장에도 철판을 깔아야 하는데 나는 아직 그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아무튼 내일쯤 전화나 해봐야겠다. 어떻게 운을 떼야 하나? “은 대리, CS 팀의 간능미 사원 알지?” “예.” 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잘 알지요. 베이글녀로 불리는 스물다섯 살의 우리 회사 퀸카. 아담하고 청순한 외모에 비해 가슴은 커서 나중에 나이 들어 허리 좀 아플 것 같은 친구. 그 친구 좋아하는 우리 회사 남직원이 하나둘이 아닌 건 알고 있지요. “요즘 아침마다 빵을 직접 구워서 갖고 온다고 하더라고. 아마 선민욱 팀장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렇겠지. 전 팀장 있을 때는 안 그랬잖아.” 간능미는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쁜 데다 빵까지 구울 재주가 있어 좋겠네. 선민욱 선배는 그걸 매일 먹고 좋아할 테고. 나는 나도 모르게 솟아오르는 질투심 때문에 정수기로 가서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냉수 먹고 속이나 차려야 할 것 같았다. “휴우.” 정말 금 팀장에게 빵이라도 직접 구워 갖다 바쳐야 하는 게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그러나 난 빵을 구울 줄 모른다. 그리고 알더라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날 무시하는 인간에게 빵은커녕 과자도 갖다 바치기 싫은 게 첫 번째 이유다. 그리고 만일 빵을 힘들게 구워서 금 팀장이 그걸 맛있게 먹었다고 치자. 계속 구워오라고 하면 골치 아파진다. 게다가 너무 속이 보이는 짓은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결국 겁버(겁나게 버티기) 정신으로 일관하기로 했다. 그가 무시하건 말건 일을 더 주건 말건 겁나게 버티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러다보면 금 팀장은 승진해서 우리 부서를 떠날 테고. 난 새로운 상사에 대한 나만의 전략(?)을 찾고 혼자 흐뭇해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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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첫사랑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서른한 살 은영민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짧았던 인연, 그러나 단 한 번 마음에 각인 되었던 그 사랑이 다시 다가오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커다란 암초가 있었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홍보팀의 팀장으로 온 금강준이 바로 그 존재였다. 은영민은 금강준이 금도훈이라는 심적 증거가 있음에도 그에게 ´당신은 금도훈인가요?´라고 묻지 못한다. 금강준이 그녀를 모르는 척 하기 때문이다.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가긴 하다. 그는 11년 전 고등학생이 대학생을 사랑한다는 죄로 영민에게 심한 구타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금강준은 영민에게 업무적으로 심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싹싹하고 다정했던 예전 성격과 완전히 달라진 것에 당황한 영민은 결국 회식 자리에서 예전 일을 따지고 드는데... -등장인물- 금강준-29세, 현 KM푸드 홍보팀장. 근육질에 차가운 인상. 예쁜 입술과 눈을 가진 남자. 내기를 좋아한다. 은영민-31세, KM푸드 홍보팀 막내. 대학생때부터 아르바이트로 다져진 건강한 육체와 예쁘장한 외모를 가졌지만 약간 소심함. 운동을 좋아한다. 선민욱-34세. KM푸드 CS팀장. 신비스러운 분위기에 지적인 외모. 은영민의 첫사랑. 이성후-31세. KM푸드 홍보팀 대리. 영민과 동기. 훈남에 성격 좋으나 첫사랑 실패후 바람둥이로 전향. <본문 발췌글> 금 팀장은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제출한 초안을 살피고 있었다. 팀장실 공기가 탁한 것도 아닌데 난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손만 맞잡고 서 있었다. 도훈이, 아니 금강준 팀장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앱도 고약한 상사 앱과 함께 깐 모양이다. 금 팀장은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 “설마 이걸로 15페이지를 다 때울 생각은 아니겠지요?” 채우는 것도 아니고 ‘때우다’니, 나를 대충대충 때우고 월급이나 타먹으러 다니는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조금 상했다. 하지만 최대한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그렇진 않습니다. 맛집도 소개하고 가보면 좋은 여행지와 읽을 만한 책과 추천할 만한 영화와 퍼즐과 건강 상식도 실을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10문 10답 같은 건 연예인 인터뷰나 송년회 같은 데서 분위기 띄우기 위해서나 쓰는데 말이죠.” 수진 언니가 이 이야기를 듣고도 금 팀장이 샤프하고 추진력이 있다고 말할까 모르겠다. “요새 회사 분위기가 많이 위축되어 있으니 가볍게 접근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팀장들은 연예인이 아니라 이 회사의 중간 관리자라 가볍게 접근할 일은 아니지 싶습니다.” 내가 침묵을 지키자 금 팀장은 계속 말을 이었다. “차라리 인터뷰보다는 팀장들에게 직접 투고를 부탁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은영민 씨가 힘들면 내가 부탁하겠습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장 기뻤거나 슬펐던 순간을 집중적으로 써 달라 해도 되고요. 어떤 식으로 팀을 이끌어 갈 건지에 대해서도 좋겠지요.” 이럴 거면 뭐 하러 초안을 내라고 해? 어차피 묵살하고 자기 방식대로 할 거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금 팀장 얼굴을 보아하니 한마디만 토를 달면 눈에서 표창이라도 나올 것 같아 그만두었다. 선민욱 선배와의 인터뷰는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예, 알겠습니다.” “나가 보세요.” 난 팀장실에서 나오며 숨을 크게 내쉬었고 수진 언니는 궁금한 듯 내 얼굴을 살폈다. 금 팀장의 이야기를 전하자 수진 언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 “좀 쉽게 가려고 했는데 안 통하네. 역시 헐렁한 사람은 아니었어. 후훗. 그런데 왜 난 그런 금 팀장이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지.” 수진 언니는 뛰어난 외모와 꿀 바른 목소리 때문에 금 팀장의 열렬한 팬이 된 것이 틀림없다. 금 팀장은 절대 도훈이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해 놓고, 막상 도훈이가 나를 생판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하는데다 은근히 무시까지 하니 당황스럽고 서운하기까지 하다. “그나저나 학교 선배를 만나고 싶어 했는데 아쉽네, 은 대리.” 수진 언니의 말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아니에요.” “전화로 투고를 부탁하는 것보다 직접 찾아가 눈 맞추면서 하는 게 효과가 확실하니까 직접 찾아가 봐.” 그걸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너무 창피한 일이라 선뜻 실행에 옮기지는 못할 것 같았다. 내가 생각에 잠겨 있자 옆에 있던 성후가 한마디 거들었다. “쪽팔리면 내가 같이 가줄까?” 도와주려는 의도에서 한 말이겠지만 같이 가는 게 더 쪽팔릴 것 같다. 혼자 오기 쪽팔려서 이 사람하고 같이 왔다고 단번에 알아챌 텐데. 성후는 요새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별이 안 간다. “아냐, 괜찮아. 나를 기억 못 할 수도 있는데, 뭘.” 아무리 창피해도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않은가. 역시 사회생활은 얼굴뿐만 아니라 심장에도 철판을 깔아야 하는데 나는 아직 그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아무튼 내일쯤 전화나 해봐야겠다. 어떻게 운을 떼야 하나? “은 대리, CS 팀의 간능미 사원 알지?” “예.” 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잘 알지요. 베이글녀로 불리는 스물다섯 살의 우리 회사 퀸카. 아담하고 청순한 외모에 비해 가슴은 커서 나중에 나이 들어 허리 좀 아플 것 같은 친구. 그 친구 좋아하는 우리 회사 남직원이 하나둘이 아닌 건 알고 있지요. “요즘 아침마다 빵을 직접 구워서 갖고 온다고 하더라고. 아마 선민욱 팀장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렇겠지. 전 팀장 있을 때는 안 그랬잖아.” 간능미는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쁜 데다 빵까지 구울 재주가 있어 좋겠네. 선민욱 선배는 그걸 매일 먹고 좋아할 테고. 나는 나도 모르게 솟아오르는 질투심 때문에 정수기로 가서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냉수 먹고 속이나 차려야 할 것 같았다. “휴우.” 정말 금 팀장에게 빵이라도 직접 구워 갖다 바쳐야 하는 게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그러나 난 빵을 구울 줄 모른다. 그리고 알더라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날 무시하는 인간에게 빵은커녕 과자도 갖다 바치기 싫은 게 첫 번째 이유다. 그리고 만일 빵을 힘들게 구워서 금 팀장이 그걸 맛있게 먹었다고 치자. 계속 구워오라고 하면 골치 아파진다. 게다가 너무 속이 보이는 짓은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결국 겁버(겁나게 버티기) 정신으로 일관하기로 했다. 그가 무시하건 말건 일을 더 주건 말건 겁나게 버티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러다보면 금 팀장은 승진해서 우리 부서를 떠날 테고. 난 새로운 상사에 대한 나만의 전략(?)을 찾고 혼자 흐뭇해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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