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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배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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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배태랑

˝사랑이라는 주제 안에서 한순간도 달콤했던 적이 없는 여자. 사랑이라는 주제를 한순간도 우선으로 둔 적이 없는 남자. 완전 별로였던 상대가 내 인생의 별로 빛나게 되는 순간까지의 행복한 이야기. - 본문 중에서- 병원을 찾은 방문객들과 환자의 시선을 받으며 병원 밖으로 나오니 찬바람이 휭 불어왔다. 다리 위에 덮은 재킷이 펄럭이자 연애가 황급히 그것을 눌러 내렸다. 조수석에 연애를 앉힌 태랑은 그녀의 주소를 찍고 차를 움직였다. “감사합니다, 신경 써 주셔서.” “나 때문에 다친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저희 쪽에서 모신 거고, 당연히 제가 그렇게 했어야 해요.” “그렇다고 힐 신고 달려와 넘어지면 어떡합니까. 힐이 익숙한 사람도 아니었으면서.” 태랑의 말은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실제로 그녀가 뜨거운 커피를 피하게 하려고 태랑을 밀었으나 발목이 꺾이면서 중심을 잃었고 넘어가던 태랑이 순간적으로 그녀를 붙잡아 인대 파열은 면할 수 있었다. 자신을 태랑을 돕는다고 한 행동이었는데 오히려 그의 덕을 보고 말았다. 조용히 그에 대한 고마움을 곱씹던 연애는 문득 차 안에 흐르는 어색한 침묵을 깨닫고 입을 뗐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표지 촬영 처음에 거절하셨다고 들었어요. 어째서 다시 수락해 주셨어요?” “그건…….” “저야 수락해 주셔서 정말 좋았지만 의아하기도 했어요.” “내가 이유를 솔직하게 말하면 연애 씨가 믿을까요?” “네?” “솔직하게 말하면 믿겠어요?” “그거야…….” 운전대를 잡고 앞만 쳐다보던 태랑이 연애의 집이 위치한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그의 질문에 뭐라고 답을 해야 적당할까 고민하는 연애와 달리 태랑은 연애의 동네를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이 동네 사는 거 맞아요?” “네? 네.” 헤매는 건가 싶었는데 그는 곧 연애의 집 앞에 차를 세웠다. 부드럽게 정차한 후 태랑은 곧장 내려 연애가 앉은 조수석으로 다가갔다. 아, 또 안겨야 한다니. 연애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민망함을 씻어 내려 노력했다. 구두를 왼손에 쥐고 태랑의 목에 팔을 두르자 그가 계단을 올랐다. 문 앞에 다다른 연애는 열쇠를 꺼내야겠다는 생각에 팔을 슬쩍 풀었다. 기우뚱 곧장 중심을 잃고 몸이 기울자 태랑이 허리를 젖혀 연애를 확 안았다. 와락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연애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날카로운 그의 턱 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열쇠 어디 있어요.” “여기 코트 주머니에요.” “내가 꺼낼게요.” 태랑은 한 팔을 조심스레 움직여 연애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짤랑짤랑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더니 그가 손을 쭉 빼더니 열쇠를 연애에게 건넸다. 두근대는 심장을 주체 못하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열쇠를 구멍에 꽂은 연애는 찰칵 그것을 돌렸다 빼내었다. 끼익 문을 열고 태랑이 집 안으로 들어섰다. “아, 청소!” “지금 그게 중요해요?” “빨래 걷어 놓은 거……, 난 몰라.” 거실 테이블 위에 마른 빨래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참나, 저 정도는 있을 수도 있지라고 웃어넘기던 태랑은 여자 속옷 사이에 뒤섞인 남자 속옷을 보고 눈가를 굳혔다. 눈대중으로 연애의 사이즈를 추측하려던 자신의 엉큼한 오만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녀의 속옷 아래에 드로어즈 여러 장이 엉켜 있었다. “이제 내릴게요.” “아뇨. 침실 어디에요.” “네?” “침실.” 딱딱하게 얼어붙은 태랑의 목소리에 연애는 침실 방문을 가리켰다. 침대 위에 연애를 앉히고 나서야 태랑이 이마를 쓰윽 문질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현관에도 남자 신발이 몇 켤레 있었다. 신발이나 속옷이 연애의 남동생인 연우의 것임을 알 턱이 없는 태랑이니 오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부기 빠지면 보호대 하고, 얼음 팩으로 계속 찜질해요.” “감사해요. 너무 폐를 끼쳐서.” “이만 갈게요.” “네…….” “나올 필요 없어요. 나오지도 못 하겠지만.” “죄송해요.” 사과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괜한 배신감에 그녀에게 날선 말을 던져 버렸다. 다치고 싶어서 다친 것도 아닌 연애에게 말이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나온 그는 방문을 꼭 닫고 발을 세운 채 테이블로 다가갔다. “배태랑, 이 미친놈아.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겉으로 나오는 말과 전혀 상관없이 손은 따로 놀고 있었다. 그녀의 속옷 아래 있던 드로어즈를 들어 이리저리 돌리는 그의 눈이 절실함으로 가득했다. 사이즈를 보니 체격이 자신과 비슷한 남자인 것 같았다. “설마……, 아니겠지.” 나쁜 예감은 항상 들어맞는다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길 바랐다. 그러나 전신을 휘감는 패배감에 태랑은 후우 한숨을 내뿜고 허리를 폈다. 시무룩해질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기분이 저 바닥으로 떨어진 후였다. 도대체 왜? 자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 속옷에 좌절해야 한단 말인가! 태랑은 손에 쥐고 있던 드로어즈를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던지고 연애의 집을 나왔다. 차에 올라탄 그는 연애의 집을 한참 올려다보다 시동을 걸었다. 태랑 자신도 남자이기에 누구보다 남자의 심리를 잘 알고 있다. 남자는 관심 없는 여자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본인의 이런 행동이 연애가 자신을 위해 달려든 것에 대한 고마움이라고 아무리 세뇌시켜도 소용이 없었다. 그때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태랑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안연애라는 촘촘한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된 건, 그녀가 품 안으로 달려든 때가 아니라 인터뷰를 번복했던 바로 그 순간부터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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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완결 19 50+

연애의 배태랑 정소이 /

˝사랑이라는 주제 안에서 한순간도 달콤했던 적이 없는 여자. 사랑이라는 주제를 한순간도 우선으로 둔 적이 없는 남자. 완전 별로였던 상대가 내 인생의 별로 빛나게 되는 순간까지의 행복한 이야기. - 본문 중에서- 병원을 찾은 방문객들과 환자의 시선을 받으며 병원 밖으로 나오니 찬바람이 휭 불어왔다. 다리 위에 덮은 재킷이 펄럭이자 연애가 황급히 그것을 눌러 내렸다. 조수석에 연애를 앉힌 태랑은 그녀의 주소를 찍고 차를 움직였다. “감사합니다, 신경 써 주셔서.” “나 때문에 다친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저희 쪽에서 모신 거고, 당연히 제가 그렇게 했어야 해요.” “그렇다고 힐 신고 달려와 넘어지면 어떡합니까. 힐이 익숙한 사람도 아니었으면서.” 태랑의 말은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실제로 그녀가 뜨거운 커피를 피하게 하려고 태랑을 밀었으나 발목이 꺾이면서 중심을 잃었고 넘어가던 태랑이 순간적으로 그녀를 붙잡아 인대 파열은 면할 수 있었다. 자신을 태랑을 돕는다고 한 행동이었는데 오히려 그의 덕을 보고 말았다. 조용히 그에 대한 고마움을 곱씹던 연애는 문득 차 안에 흐르는 어색한 침묵을 깨닫고 입을 뗐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표지 촬영 처음에 거절하셨다고 들었어요. 어째서 다시 수락해 주셨어요?” “그건…….” “저야 수락해 주셔서 정말 좋았지만 의아하기도 했어요.” “내가 이유를 솔직하게 말하면 연애 씨가 믿을까요?” “네?” “솔직하게 말하면 믿겠어요?” “그거야…….” 운전대를 잡고 앞만 쳐다보던 태랑이 연애의 집이 위치한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그의 질문에 뭐라고 답을 해야 적당할까 고민하는 연애와 달리 태랑은 연애의 동네를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이 동네 사는 거 맞아요?” “네? 네.” 헤매는 건가 싶었는데 그는 곧 연애의 집 앞에 차를 세웠다. 부드럽게 정차한 후 태랑은 곧장 내려 연애가 앉은 조수석으로 다가갔다. 아, 또 안겨야 한다니. 연애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민망함을 씻어 내려 노력했다. 구두를 왼손에 쥐고 태랑의 목에 팔을 두르자 그가 계단을 올랐다. 문 앞에 다다른 연애는 열쇠를 꺼내야겠다는 생각에 팔을 슬쩍 풀었다. 기우뚱 곧장 중심을 잃고 몸이 기울자 태랑이 허리를 젖혀 연애를 확 안았다. 와락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연애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날카로운 그의 턱 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열쇠 어디 있어요.” “여기 코트 주머니에요.” “내가 꺼낼게요.” 태랑은 한 팔을 조심스레 움직여 연애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짤랑짤랑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더니 그가 손을 쭉 빼더니 열쇠를 연애에게 건넸다. 두근대는 심장을 주체 못하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열쇠를 구멍에 꽂은 연애는 찰칵 그것을 돌렸다 빼내었다. 끼익 문을 열고 태랑이 집 안으로 들어섰다. “아, 청소!” “지금 그게 중요해요?” “빨래 걷어 놓은 거……, 난 몰라.” 거실 테이블 위에 마른 빨래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참나, 저 정도는 있을 수도 있지라고 웃어넘기던 태랑은 여자 속옷 사이에 뒤섞인 남자 속옷을 보고 눈가를 굳혔다. 눈대중으로 연애의 사이즈를 추측하려던 자신의 엉큼한 오만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녀의 속옷 아래에 드로어즈 여러 장이 엉켜 있었다. “이제 내릴게요.” “아뇨. 침실 어디에요.” “네?” “침실.” 딱딱하게 얼어붙은 태랑의 목소리에 연애는 침실 방문을 가리켰다. 침대 위에 연애를 앉히고 나서야 태랑이 이마를 쓰윽 문질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현관에도 남자 신발이 몇 켤레 있었다. 신발이나 속옷이 연애의 남동생인 연우의 것임을 알 턱이 없는 태랑이니 오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부기 빠지면 보호대 하고, 얼음 팩으로 계속 찜질해요.” “감사해요. 너무 폐를 끼쳐서.” “이만 갈게요.” “네…….” “나올 필요 없어요. 나오지도 못 하겠지만.” “죄송해요.” 사과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괜한 배신감에 그녀에게 날선 말을 던져 버렸다. 다치고 싶어서 다친 것도 아닌 연애에게 말이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나온 그는 방문을 꼭 닫고 발을 세운 채 테이블로 다가갔다. “배태랑, 이 미친놈아.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겉으로 나오는 말과 전혀 상관없이 손은 따로 놀고 있었다. 그녀의 속옷 아래 있던 드로어즈를 들어 이리저리 돌리는 그의 눈이 절실함으로 가득했다. 사이즈를 보니 체격이 자신과 비슷한 남자인 것 같았다. “설마……, 아니겠지.” 나쁜 예감은 항상 들어맞는다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길 바랐다. 그러나 전신을 휘감는 패배감에 태랑은 후우 한숨을 내뿜고 허리를 폈다. 시무룩해질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기분이 저 바닥으로 떨어진 후였다. 도대체 왜? 자신이 무슨 자격으로 이 속옷에 좌절해야 한단 말인가! 태랑은 손에 쥐고 있던 드로어즈를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던지고 연애의 집을 나왔다. 차에 올라탄 그는 연애의 집을 한참 올려다보다 시동을 걸었다. 태랑 자신도 남자이기에 누구보다 남자의 심리를 잘 알고 있다. 남자는 관심 없는 여자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본인의 이런 행동이 연애가 자신을 위해 달려든 것에 대한 고마움이라고 아무리 세뇌시켜도 소용이 없었다. 그때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태랑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안연애라는 촘촘한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된 건, 그녀가 품 안으로 달려든 때가 아니라 인터뷰를 번복했던 바로 그 순간부터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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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도서번호(ISBN) 979-11-2582-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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