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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가歌
로맨스 완결 10+
짐승가歌 예거 /이해했다. 일족 전체가 저를 경멸하는 것을. 저는 추앙받던 오족(烏族) 족장인 어미를 죽이고 태어난, 불길한 존재이니. “죽어라, 무요. 네 입을 막아야, 우리 일족 전체가 살아!” 사라진 아비의 행방을 알려 준다는 일족의 말에 속아, 사족(巳族)에게 쫓기는 몸이 되었다. 처음부터 그들에게 있어 나는 그저, 도구였는지도 모르고. 모든 것을 포기할 때쯤 뛰어든 동굴에서 쓰러졌다. 겨우 눈을 떴을 때 마주한 건, 찬란하게 빛나는 사내의 금안. 그 후 왜인지 광증에 괴로워하는 그를 돕고자 다가간 순간, 입술 사이로 흘러 들어온 뜨거운 열기에 눈앞이 혼몽해졌다. “은공께서 저를 살리셨으니 제, 제가 어떻게든…… 어떻게든 도와드릴게요!” 모두가 저를 죽이려 할 때, 유일하게 목숨을 구해 준 사람. 다정하진 않지만 그래도 냉대하진 않은 사람. 누구에게서도 얻지 못했던 온기를, 나누어 준 사람. 그런 그를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 “많이…… 아프지는 않을까요?” 겁이 난 무요에게 그는 속삭인다. “걱정 말거라.” 뱀처럼 사악한 눈웃음과 함께. 달콤하게 녹아내리는 첫눈 같은 목소리를 흘리며. “분명 너도, 좋아할 것이야.” 반으로 갈라진 두 개의 기둥이 무요의 아래를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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