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테기 두 줄이라고 임신은 아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시련을 겪게 된 것일까.
BL에 환생해서? 아니.
심지어 그게 19금 오메가버스 물이라서? 그것도 아니다.
환생한 몸이 쩌리 악역에 오메가이기까지 해서? 아니, 그것보다 더 심각한 이유 때문이다.
난 19금 BL 오메가버스에서 공에게 임신했다고 협박했다가 알고 보니 고환암이어서 짝불알이 되고 마는 조연에 환생하고 만 것이다.
***
아무리 세상이 나에게만 무심해도 그렇지, 이럴 수는 없는 거다. 분명 며칠 전에 확인했을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이렇게 하루아침에 상태가 이렇게 나빠지는 건 말이 안 되잖아.
하도 씹어서 이제는 피 맛까지 나는 입술을 꾹 누르며 아까 화장실에서 확인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건 원래 그렇게 딱딱해서는 안 되는 녀석이다, 잘못 만져 본 게 분명해.
제발 아니어야 해…!
크게 숨을 내뱉고 눈을 가늘게 뜨며 손에 들고 있던 것을 조심히 확인했다.
그리고 바로 눈에 들어온 건 시뻘건 줄.
그것도 두 줄.
“안돼!!!”
이 말도 안 되는, 억까에 가까운 상황에 절망하며 바닥을 기어다니다 이내 이런 시련을 안겨준 이가 떠올랐다.
이게 전부 그 자식 때문이야, 그 자식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네가 원작 주요 인물에 돈 많으면 다냐!
바닥에 늘어져 있는 임신테스트기 사진 찍어 이 모든 일의 원흉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오히려 멍해진다고 했던가, 망연자실한 상태로 멍하니 임테기를 보고 있는 사이 휴대폰이 요란한 벨소리를 내며 울렸다.
범인은 그놈뿐이다.
-이게 무슨….
휴대폰에 뜬 이름을 보지 않아도 목소리만으로도 그 망할 자식이라는 게 확실했다.
이런 목소리마저 지문 같은 자식.
“이 망할 자식아아아아악!”
맹렬한 분노를 내뱉자 전화기 너머의 상대가 주춤 말을 멈췄다. 놀란 것 같지만 그런 녀석의 사정 따위는 봐줄 수는 없다. 내가 너보다 더 놀랐다. 토해내듯이 화가 쏟아져 나왔다.
“네 탓이야! 내가 이걸 피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너 때문에 도망치지도 못하고 직격탄을 맞아 버렸잖아! 어! 책임져! 이 자식아, 책임져!”
마치 상대를 세뇌하듯 계속 책임지라는 말을 반복하자 기세에 눌려있던 상대가 겨우 입을 열었다.
-당연히 책임질 겁니다. 그것보단 대체 어디에 있는지 설명을….
“좋습니다, 그럼 병원으로 오시죠.”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징글징글한 임테기를 발로 차버리며 의자에 걸쳐 있던 겉옷을 주워 들었다. 성큼성큼 현관으로 향하는데 상대가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럼, 그 산부인과에서 만나….
“무슨 소리야. 내가 거길 왜가?”
이 자식 똑똑한 줄 알았더니 어딘가 맹한 구석이 있네.
-? 그럼 어딜….
“어디긴 암센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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